대중음악의 주인은 누구?
방송3사 심의 제도 개선을 향한 첫 걸음
- 방송심의 제도의 개혁과 [Victim]의 재심의 통과를 요구합니다 .
1. 누구를 위한 심의 제도입니까?
- 현 방송 심의 제도는 대중음악의 공급자인 음악인과 수용자인 시청자를 전면 배제한 채
방송사의 절대적 권한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운 방송
심의는 시대에 뒤떨어진, 지나치게 보수적인 시각에 치우친 판정으로 정작 대중음악을
수용하고 있는 청소년의 정서와 의식, 그리고 문화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
습니다.
무차별적인 선정성과 폭력성을 담고 있는 음악에 제재를 가하는 심의는 존재하여야
하지만, 사회참여적이고 사회비판적인 곡은 대중에게 전달될 기회자체를 잃고 있고,
여성문제나 계층문제,사회약자를 대변하거나 염세적인 내용을 표현할 경우에는 더욱 가
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기준으로 심의가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대중음악의 공급자인 음악인의 곡에 담긴 의식과 의도는 무시한 채,
곡의 전체적 흐름과 주제가 아닌 노랫말의 단어 하나 하나에 심의의 잣대를 적용하는
일차원적이고 방어적인 심의행태는 합리적 기준에 대한 오판의 확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방송심의의 대중음악에 대한 시각이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 창작물의 심의가 되지못
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중음악은 음악을 창조하는 음악인과 그 음악을 수용하여 즐기는 시청자 및 청자의
재산입니다. 공급자와 수혜자의 사이에 선 방송사의 심의 제도는 방송사만의 절대적
권한이 아닌 공급자와 수혜자가 모두 참여하여 이루어지는 문화적 교류와 판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방송사 측은 심의 규정과 과정 등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심의위원회의 운영 자체를 매우 폐쇄적으로 하여 정작 대중음악의 공급자와 수용자
는 그 운영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습니다.
21 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대중음악의 주체인 음악인과 시청자는 아직도 20 세기의
사고방식과 보수적 잣대에 얽메인 채 시대의 흐름을 따르지 못하는 방송 심의 제도에
의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 받고 시청자로써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2. 방송 심의 제도에 형평성이 존재하는가?
- 선정성과 폭력성을 주 심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방송 심의 측의 판정에 과연 형평성이
존재하는 지도 의문입니다. 한 곡을 가지고도 각 방송사마다의 제재 기준이 다르고
판정 결과도 다른 사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나치게 선정적인 의도의 노랫말을
내포한 곡과 함께 시청자를 낯 뜨겁게 하는 무대 퍼포먼스 등에는 관대하게 대처하면서
사회 의식을 담은 곡과 퍼포먼스에는 강력한 제재를 걸어 음악인과 시청자 모두의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을 일깨울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습니다.
심의 기준 적용의 형평성과 당위성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심의 측에서 공표하는 불가 판정의 사유조차 매우 모호하고 납득할 수 없어
과연 심의가 제대로 이루어져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사례들도 있습니
다. 모 그룹의 인간의 가식적인 면을 냉소적으로 비판한 '기생충'이란 곡은 그저
'가사 내용이 난해하다', '제목이 더럽다'는 이유로 불가 판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가사 내용이 난해하고 제목이 더럽다는 것이 방송 불가 판정의 사유가 될 수 있다면
과연 방송 3사의 심의는 심의 규정에 입각한 것인지 아니면 심의 위원들의 극히
주관적인 잣대와 느낌에 의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버라이어티 연예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등과 같은 타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 측의
태도와 대중음악에 대한 태도에서도 형평성의 의문이 제기됩니다.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주제와 내용, 대사를 담은 타 프로그램은 여과없이 남녀노소에게 비추어주는
심의가 유독 대중음악에 대해서만은 보수적 시각을 고수한 채 그 수위 조절에 유연함을
갖지 못하고 방어적인 태도로만 일관 하는 것도 납득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타 프로그램처럼 대중음악도 무차별하게 풀어달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타 프로그램에 대한 유연적 시각과 사고방식 만큼 대중음악에 대한 심의 기준 적용도
열린 사고를 거쳐 유연성 있게 이루어져야 하며, 대중음악을 음악인의 창작물로
대우하고 심의의 태도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해와 시청자의 입장을 생각한 적당한
수위 조절로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3. 음악인과 시청자의 권리 찾기
- 지금 껏 대중음악 공유의 두 주체인 음악인과 시청자는 방송 심의의 판결에
부당함을 느끼면서도 의례 예상했던 일, 또는 언제나 있어 온 일 쯤으로 여기고
별다른 항의 없이 지나쳐 왔습니다.
이것은 방송심의가 방송사의 절대적인 고유 권리 행사로만 이루어지고, 음악인과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는 창구조차 마련되지 않은 현 방송심의 측의 폐쇄적 운영으로
인한 일종의 자포자기와도 같은 태도일 수 있습니다. 지난 시간, 방송사 등의 대중매체
가 이끄는데로 대중이 끌려다니며 수동적인 문화수용을 해온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주
입자와 수용자 구도에 매체와 대중 모두가 젖어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고 있습니다.
대중은 점차 지금까지 고수되어 왔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넷 등의
매개체 발달로 선진 문화에 눈을 뜨고 쉽게 그 문화를 흡수하며 시대에 따르지 못하던
국내에서의 문화 활동을 스스로 변화시켜 즐기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그동안 방송심의 제도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묵과해버리고 말았던 지나간
시대의 방관적 태도를 버리고, 이제 우리 음악인과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방송심의 측의
각성을 촉구하고 개선책을 마련하여 방송심의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려 합니다.
대중음악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주인은 바로 우리, 즉 대중입니다.
이제 우리의 재산, 우리의 문화를 우리 스스로 지켜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4. 방송 3사의 심의위원회에 강력 요청합니다.
첫째,
- 각 방송사는 현존하는 폐쇄적 성향의 심의 제도를 개방적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a. 각 방송사의 방송심의 규정과, 과정, 그리고 구성원의 공개.
b. 음악인과 시청자가 참여할 수 있는 공간 마련과 적극적인 의견 수렴.
-음악인의 재심의 요청시 곡에 대한 창작자의 입장과 판정 사유를 공개하여
시청자의 판단과 의견을 수렴하고 재심의에 반영하는 등의 구조적 변화 시급.
c. 다양한 연령대와 사회 계층을 포함한 심의 위원 구성.
둘째,
- 형평성과 당위성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a. 타 프로그램(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등)과 대중음악에 대한 심의의 공평성 유지.
b.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곡들과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 의식을 담은 곡들에 대한
심의의 공평성 유지.
c. 단어 하나 하나가 아닌 전체적 의도와 문맥의 흐름에 의거한 심의.
d. 심의 위원의 주관적 잣대가 아닌 공개 된 심의 규정에 입각한 객관적 심의.
셋째, 이 모든 운동의 촉매제인 서태지 7집 수록곡 [Victim]의 재심의 통과를 요구합니다.
[Victim]의 재심의 통과는 매우 중요하고 상징적인 의미입니다.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관례로 받아들여졌던 방송심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확산시
키고 사회적 여론화를 불러 일으켜 '심의제도 개선요구'의 흐름을 만들어내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고있는 서태지의 [Victim]에 대해, 방송사는 또 한번 방송불가라는 딱지를
붙이겠습니까?
[Victim]은 '여아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날 권리마저 박탈당하는 우리사회의 현실이 인간
개인에게 가하는 테러가 될 수 있음을 표현하면서 성을 매개로 가해지는 체제의 억압을
넘어 여성이 사회의 주역으로 남성과 함께 이끌어나갈 수 있다' 라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곡임을 창작자가 분명히 밝히고 있는데, 심의제도가 왜 미리 보수적인 기
준을 주입하며 시청자가 듣고 판단할 기회를 박탈하려 하는 것입니까.
음악에도 다른 프로그램과 같은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유연하게 보장해야 합니다.
방송심의가 합리적이지 않은 기준으로 미리 시청자의 판단을 조정하고 관리하고자 하는
것은 시청자를 길들여진 문화수용자로 전락시키는 문화적 폭력에 다름아닙니다.
이와 같은 문화주체로써의 권리 행사에 방송심의 개선 운동 단체 Victim과
대중음악판바꾸기 위원회 서태지 팬연합이 공동 성명하고 타 단체와 연대 성명서를
공표합니다.
2004. 2. 17.
방송심의 제도 개선 본부 Victim
대중음악판 바꾸기 위원회 (대바위)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서태지 팬 일동
별첨 1> 방송심의 개혁과 Victim 재심의 통과 운동에 대해
연대와 지지의 뜻을 함께 밝혀주신 분들입니다.
1. 고은광순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 운영위원, 서울시여한의사협회회장)
2. 김무곤 (동국대교수, 신문방송학과)
3. 김진표(가수)
4. 김원철 (zion건축사)
5. 김동식(문화평론가)
6. 김종한(만화가)
7. 김창남 (성공회대교수, 신문방송학과)
8. 김희문 (작가,문스패밀리)
9. 노혜경(시인)
10. 박재동(화백,한국종합예술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과 교수)
11. 변영주(영화감독, 밀애-위안부다큐 낮은목소리, 숨결 제작)
12. 서동진님 (문화평론가)
13. 신혜은 (영화사<좋은영화>PD. 밀애)
14. 성우진(음악평론가)
15. 오지훈 (작곡가)
16. 이상무(만화가)
17. 유지나(동국대학교 예술대교수, 연극영상학부 영화영상전공)
18. 원용진 (서강대교수, 신문방송학과)
19. 장준환 (영화감독, 지구를 지켜라)
20. 장하용 (동국대 신문방송학과교수, MBC TV 속의 TV 사회자)
21. 정훈이 (만화가, 씨네21)
22. 조한혜정 (연세대교수, 사회학과)
23. 최여선(기자, 민중의소리)
24. 하재봉(문화평론가)
25. 홍세화 (한겨례 기획위원, 아웃사이더 편집위원)
26. 황태훈 (기자, 동아일보)
별첨2>실례를 통한 방송심의 판정의 문제점에 대한 보충 자료
- 방송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방송불가 판정을 받은 실례와 아무런 심의없이 각 3사를
통해 방송 된 부적절한 실례를 비교하여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불가 판정 사유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불가 곡들의 실례
l 은지원 3집 수록곡 중 '어기야 디야'
- '갑빠' 라는 단어가 방송에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방송불가 판정.
l 서태지 7집 수록곡 중 'victim' 방송불가 판정
- 지상파 방송 3사는 'Victim'에 욕설과 낙태, 살인 등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다며 지상파방송3사로부터 방송불가 판정.
'너는 네 엄마에게 네 아빠에게 단지 살려만 달라고 애원했건만 결국 퍼런
가위에 처참 히 찢겨 버린 테러리즘에 지워진 아이야'라는 가사가 낙태를
묘사했고, '넌 넥타이에 목 졸린 채 구토를 하는 너'는 살인을 연상케 한다는
점을 사유로 방송불가 판정.
그러나 이 곡은 성 감별로 인한 여아 낙태의 실상을 고발하고 남성 중심으로
세속되어진 사회제도와 우월주의로 인한 여성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폭력을
비판하고자 하는 사회문제의 비판의식을 담은 곡임을 서태지씨가 밝혔으나
KBS 재심의에서 다시 불가 판정을 받음.
l 자우림 1집 수록곡 중 ' 일탈 ' 방송불가 판정
- 가사 중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이라는 부분이 선정적이라고
판단되어 방송불가 판정
l 임창정 10집 수록곡 중 '소주 한잔'
- 노래 제목에 '소주'라는 단어가 들어가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 판정. 소주잔을 기울이고 담배를 한모금 피우는 임창정의 모습이 담긴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역시 같은 이유로 각 3사 라디오와 각 3사 TV 방송불가 판정.
l 디바 7집 수록곡 중 '페드업'
- '권력 안의 정치 때문에/ 민주국가라는 의미 때문에/ 허리케인 같은 정치놀이/
자살하는 국민/ 구멍 뚫린 안보/ 내버려둘 바엔 물러나줘'라는 노랫말이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되어 방송불가 판정.
l Sharp 5집 수록곡 중 '어느날'
- 노랫말 중 '니가' 라는 단어가 흑인을 비하하는 '니거'(nigger)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MBC 방송불가 판정. '니가' 는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뜻하는 '너'라는 뜻.
l 넬 1집 수록곡 중 '시작의 끝' 과 '기생충' 방송불가 판정
- KBS측은 '시작의 끝'의 경우 가사 중 '가시로 만든 이불 위에 니 몸을
눕히고, 고운 비단으로 피와 고름을 가린 채 환한 미소로 나를 보고 있어'
부분이 의미가 난해하고 조잡해 대중가요로 불충분하다며 불가 판정.
'기생충' 의 경우 제목 자체가 더럽고 시청자들의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방송불가 판정.
또한 가수 김경호씨가 장발이란 이유로 일시적 방송출연 불가라는 제재를 받기도 하였으며
가수 GOD 또한 귀고리 착용으로 방송출연에 일시적 제재를 받았습니다.
2. 불가 판정 없이 방송 된 부적절한 내용의 곡과 프로그램 내용의 실례
l NRG 5집 수록곡 'Hit song' 가사 중
- ' 거칠어져 가는 너의 숨소리 ' '아싸 야한 밤의 사건'
' 너의 숨결 미끄러져 가는 너의 살결 투철한 개척 정신만이 모두 해결'
아무런 불가 판정 없이 방송되었음.
l 이효리의 '텐 미닛'
연인이 있는 남자를 10분 안에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내용.
의상과 무대 퍼포먼스가 지나치게 선정적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방송.
l SBS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 2월 11일 방영분
- 극 중 송혜교씨와 돈을 받으러 온 사채업자의 갈등 장면에서의 대사중
' 미친놈, 미친년, 그럼 니가 몸을 팔던가? ' 아무 여과 없이 방송.
l SBS 드라마 ' 발리에서 생긴 일 ' 중
- 극 중 조인성씨와 하지원씨의 갈등을 다룬 장면에서 '오늘 여기서 자고 가라'
, '개새끼'등 거친욕설과 선정적 대사가 아무 필터링 없이 방송되었음.
l SBS '최수종쇼' 중
- '자아도취노래방' 이라는 코너 중 연예인과 일반인 대결에서 가수 베이비복스가
노래를 부르며 옷을 하나씩 벗는 장면을 아무 필터링 없이 방송.
l MBC 드라마 '천생연분' 중
- 극중 황신혜씨와 안재욱씨가 하숙방에서 사랑을 나누는 선정적인 장면이
등급기호와 필터링 없이 방송됨.
l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2월 13일 방영분 중
- 형수와 시동생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내용을 이끌면서 함께 밤을 보내는
선정적이고 비윤리적인 장면이 19세 미만 시청금지 등의 등급기호 없이
방송되었음.
위의 실례들을 들어 종합해 볼 때, 방송심의 측은 대중음악의 가사가 사회문제를 꼬집는
비판의식을 담고 있거나,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음악인의 의식이
예술적으로 승화 된 경우 등에 대해 단지 '비판은 안된다, 가사가 모호하다' 라는 등의
이유를 들어 불가 판정을 내리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음이 드러납니다.
그러나 성을 상품화 하는 선정적인 노랫말, 드라마와 오락 프로그램의 내용과 장면들
등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여 오히려 부적절하다고 느껴질만한 것들이 아무 제재와
등급기호 없이 남녀노소에게 보여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실례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시청하는 방송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며
이제는 시청자 스스로 방송되어지는 것들에 대한 주체적인 비판의식을 가지고 개선요구를
하는 등 자주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